잡동사니

[펌] 뮤지컬은 콩글리쉬다?

눈부신 봄날 2007. 6. 16. 08:48

 

  가요와 해외 팝, 록 음악, 재즈까지 두루 정통했다고 자부하는 음악 마니아 K. “공짜표가 생겨서 뮤지컬 [까르멘]을 보고 왔거덩, 무지 감동이더구만” 클래식 음악 마니아를 자부하는 C. “뭐가 그리 감동이디? 클래식은 듣지도 않으면서”. K의 대꾸. “뮤지컬이 클래식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다시 C. "그럼 뮤지컬이 딴따라 대중음악이냐?" 슬슬 뚜껑 열린 K. "넌 뮤지컬이 영어로 뭔지나 아냐?". 질리 없는 C. "M.U.S.I.C.A.L 아니냐 꼴뚜기 같은 넘아!" 싱글벙글 K. "ㅋㅋㅋ 그걸로 사전 검색해봐라 뭐가 나오는지". 어리둥절한 C. "...?"
 
 
K의 마지막 역습은 반쯤은 유효한 셈이다. 독자들은 즐겨찾는 포털사이트의 영어사전 검색을 통해 ‘Musical'이란 단어를 찾아보길 바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장르로서의 ‘뮤지컬’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music'이란 단어의 형용사형을 서술하는 것이 보통임을 알 수 있고 명사형으로 쓰일 때의 풀이도 그저 한글로 '뮤지컬'이라고만 되어 있다. 그렇다면 뮤지컬이란 말은 한국에서만 통하는 ’콩글리쉬‘일까. 언어학자가 아닌 글쓴이가 잘라 말 할 순 없지만 뮤지컬의 영문표기는 'musicals'가 맞고, 영어권 나라에서 구분해 놓은 정확한 표현은 'Musical Theatre', 즉 음악극이다.  
  영화가 종합예술이 되기 전까지 그 자리는 뮤지컬의 몫이었다. 특히 기술문명이 예술분야에서 큰 부분을 갖는데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은, 아직까지 그러한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 뮤지컬에는 인간문명이 이룩해 놓은 모든 예술적 성취, 문학, 음악, 춤, 연기 등이 모두 들어 있고 그것을 총괄하는 연출력이야말로 세상만사를 주관하는 미지의 힘과 닮아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뮤지컬은 기본적인 이야기 줄거리가 대사와 대화의 형태로 이어지고 그것들은 배우
들의 연기와 더불어 휘황찬란한 배경음악, 노래, 댄스에 실려 관객들에게 전달되며 커다란 주제의식을 향해 그 모든 것들이 함께 나아간다. 그러한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부딪히고 마찰하면서 발생하는 미적 일관성이나 음악적 개별성을 현장에서 직접 재생하는 것이 뮤지컬의 본질이다.
글머리에 나온 C의 주장, ‘뮤지컬은 클래식이다’라는 말은 대단히 이데올로기적이다. 즉 클래식은 음악장르의 최고봉이며 그곳에 속하는 뮤지컬 역시 마찬가지이므로대중음악을 듣는 이들은 이해하기 힘든 음악이라는 뜻으로 서구, 그것도 미국 중심의 음악적 사고에 사로 잡혀 있는 매우 배타적인 태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클래식이 아닐까. 이것을 풀기 위해서는 뮤지컬의 본래 뜻, 그러니까 ‘음악극’이라는 표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음악극이란 형식은 사실 뮤지컬 이전에 동서양에 걸쳐 나라별 문화별로 다양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서구의 경우 대표적인 것이 오페라일테고 우리나라의 경우 마당놀이, 즉 창극이 그것이다. 문제는 서구 고전음악, 클
 
래식이 오페라라는 형태의 음악극을 갖고 있고 한국의 경우 국악을 바탕으로 한 창극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었지만 현대 대중음악 - 팝, 록, 재즈, 힙합 등이 크게 성행하면서 이것을 오페라나 창극에 적용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오페라의 경우 클래식 관현악 연주에 팔세토 창법이 창극의 경우 소리와 국악 장단이라는 나름의 엄격한 형식을 마련해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가 아무리 7옥타브를 부른다 한들 푸치니(Giacomo Puccini)의 가곡을 노래할 수는 없는 일이며 윤도현이 '심청가'를 흉내내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 노릇인가.
  뮤지컬은 대중음악의 음악극인 셈이며 이것은 고전음악(서구 클래식 뿐만 아니라)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리하여 뮤지컬은 수많은 창작곡을 내세운 이른바 창작 뮤지컬과 실험적인 음악과 내러티브가 함축된 다양한 모습의 작품을 선보인다. 록 뮤지컬로 불리는 [지하철 1호선]이나 [록키 호러쇼] 등은 물론 최근 드라마 [대장금]이 뮤지컬로 재탄생한 [뮤지컬 대장금]이 바로 그런 사례인 것이다. 따라서 뮤지컬은 통상적으로 구분하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현대대중음악의 모든 장르를 음악극의 형태로 품어낸 종합대중예술인 것이다.
 
글 / 고달근 (dosirak 웹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