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기쁨/공연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

눈부신 봄날 2009. 5. 11. 12:25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를 보고...

 

 

베토벤의 오페라라고?...

베토벤의 오페라가 있었던가?

흔히 오페라라고 하면 카르멘, 아이다, 나비부인 등등이 떠오르는데 피델리오라니...

알고 보니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라는데

워낙 대규모의 출연진을 필요로 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이번이 2번째 공연이라고 한다.

이번 공연은 연대 출신들로 이루어진 무악오페라단이 공연했는데

무악합창단이 있어서 120명이나 되는 인원 출연이 가능했다고 한다.


피델리오는 형무소장 '피차로'의 비리를 폭로한 혐의로 불법 감금된 정치가 '플로레스탄'을

그의 아내 '레오노레'가 남장을 한 채 간수의 부하로 위장, 남편을 구출해낸다는 내용이다.


피델리오는 화려한 느낌의 다른 오페라와는 달리 무대가 감옥이라서 어둡다는 느낌이었는데,

1막 무대는 출연진이 많아서 그런지 우선 거대한 크기에서 사람을 압도하는 게

감옥이 갖고 있는 엄숙하고 딱딱한 느낌을 잘 살린 것 같다.

2막 무대는 플로레스탄이 갇혀 있는 지하 감옥이었는데 상상했던 감옥과는 많이 달랐다.

아마도 마지막 부분의 전 출연진이 나오는 장면을 생각해서 그렇게 만든 것 같긴 한데,

감옥이라기엔 너무 황량하게 넓었고, 그 옆에다 무덤을 판다는 설정도 좀 어색해보였다.

그리고 무덤을 어떻게 팔 것인가 궁금했는데 무대 바닥을 일부 뜯어내는 것을 보고

 ‘아하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살짝 났다.

 전반적인 무대 분위기는 SF영화 같은 느낌이 났다고나 할까...

  

오페라라는 게  원어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세세한 내용 전달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전에는 줄거리에 맞춰서 대충 이해하곤 했는데,

요즘은 자막이 나와서 의미 전달은 잘 되지만 자막을 읽느라 배우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는 면이 있다.

그래도 이번 오페라는 반복되는 말들이 많아서 좀 나은 편이었다.


음악 쪽은 잘 모르지만 1막에 나오는 죄수들의 합창 '오! 이 얼마나 큰 기쁨인가'는

출연인원이 120명이나 되는 대규모라 우렁차고 감동적이었고,

2막 피날레였던 모든 출연진이 다 함께 부르는 환희의 찬가

 '연약한 여자, 그러나 강한 여인의 사랑이 모든 것을 구했다'는

 말 그대로 감옥에서 풀려나온 죄수들과 그 가족들의 기쁨이 절절이 표현된 감동적인 무대였다.

그 부분만 따로 떼어내 합창곡으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1막에 나오는 레오노레가 부르는 아리아도 소프라노치고는 음색이 굵직한 게 박력 있어 좋았고,

 2막의 플로레스탄이 부르는 아리아도 힘이 있으면서도 애절한 느낌이 좋았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원래 오페라 자체 내용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상황 변화에 따른 배역들의 세세한 감정 변화가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것 같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간수장 로코의 딸인 마르첼리네가 사랑했던,

피델리오라는 이름으로 남장을 한 레오노레가

끝부분에서 플로레스탄의 아내인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이에 대해 놀라거나 충격을 받는 장면이 없었고,

마르첼리네를 사랑했던 간수도 이 상황에서 분명히 기뻐하는 장면이 나와야 할 것 같았는데

그런 묘사는 찾지 못했다.

내가 못 봤는지도....


총 공연시간이 1막 70분, 2막 50분이라 혹시라도 지루하지나 않을까 조금 걱정을 했는데 이는 기우였다.

정신없이 빠져들어 보다보니 2시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빨리 흘러갔으니....


어쨌든 보기 힘든 대작 오페라 피델리아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사실 내 살아생전에(?) 또 다시 보기는 힘들 것 같으니까..ㅎㅎ

 

 

☆ 2009. 5. 7(목) 예술의 전당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