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소재인 바이올린을 만드는사람의 자서전....
1984년 미국의 바이올린제작자협회에서 전세계에 다섯명밖에 없는 '마스터메이커'란 칭호를 수여해준 재일 한국인 '진창현'씨가 자신의 일생을 간결하고 담담한 필체로 써 내려간 책이다.
일본제국주의시대인 1929년에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지은이는, 어렸을 때 동네에 들어온 약장수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을 처음 접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 자신의 집에 하숙생으로 들어온 일본인 선생님을 통해 두번째로 바이올린을 만나게 된다. 이 선생님에게 초보수준이긴 하지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것까지 배우게 된다.
그 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어머니의 고생을 덜어드리고자 14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온갖 궂은 일을 하며 와세다대학 영문과에 진학하여 어렸을 때 꿈이었던 교사될 준비를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 조선인이 살아가기는 만만치 않았다.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일본에서 교사가 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절망하여 방황하던 중, 특공대 전투기 설계자였던 이토카와 히데오 교수의 '바이올린의 신비'라는 강연을 접하게 된다. 바이올린의 명기로 불리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의 풀 길 없는 신비한 소리에 관한 강연이었는데, 이 강연을 듣고 바이올린 제작을 평생 해야할 일로 결심하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특히 유명한 사람들은 대부분-어떤 결정적인 사건을 계기로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지은이는 일본에 건너간 뒤에도 바이올린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려 바이올린 연주를 하려다가 재능이 부족함을 알고 거의 포기한 시점에 이런 결정적인 강연을 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심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바이올린을 만들려면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데 역시나 조선인인게 문제가 되어 전부 거절당하게 된다.
그렇다고 포기할 사람이었으면 오늘날의 진창현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 의지의, 불굴의 한국인이었다.
전부 거절당한 상태에서 결국은 혼자 힘으로 오늘의 영광을 재현해 낸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등등....이런 온갖 격언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 바로 지은이 진창현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되었다.
일이 잘 안 풀리면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는지, 남 탓만 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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