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신경숙의 소설이었다.
읽으면서 가슴에 차오르기 시작한 습기가 머리를 휘돌아 끝내 눈으로 흘러내리게 하는 경험을 신경숙씨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한 것 같다.
역시 이번에도 그런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전에 읽었던 김탁환의 '리심'과 어떻게 다를까 하는 호기심 속에 읽기 시작했는데
A4 용지 한 장 반 정도의 미미한 기록을 가지고 글을 써서 그렇겠지만, 두 사람의 글 속에서는 리진이라는 여인이 경험한 여러 사실들이 많은 차이가 있었다.
신경숙의 '리진'이 훨씬 감정 묘사가 뛰어났고,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리진의 마음 상태가 설득력있게 쓰여졌다.
또한 구한말의 어지러운 시대 상황 묘사라든지, 리진이라는 여인 주변에 있던 세 남자, 콜랭, 홍종우, 그리고 강연의 성격들이 아주 공감력있게 그려져 있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난 강연의 리진에 대한 구구절절한 마음을 묘사한 부분은 가슴까지 먹먹하게 만들었다.
김탁환의 '리심'이 남자작가라서 그런지 콜랭이라는 남자를 끝까지 선하게 그려내기 위해 프랑스에서 한 여인을 내세워 악역을 맡기고 억지스러운 사건까지 끌어들인데 비해, 신경숙의 '리진'은 콜랭이 외교관이라는 지위때문에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을 훨씬 설득력있게 그려냈다.
궁중 무희였던 리진이라는 여인!!
처음엔 프랑스 초대공사였던 콜랭과의 사랑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나중으로 갈수록 콜랭보다는 명성황후에 대한 리진의 마음이 훨씬 비중있게 다뤄지면서 조선말기의 암울한 시대상황이 투영된 명성황후의 답답하고 서글프고 애절한 마음이 가슴 저리게 만들었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강연이라는 남자의 잔상이 계속 머리 속에 남아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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