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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의 무시무시한 비밀 2 - 뺄셈

눈부신 봄날 2009. 1. 14. 16:41

[펌] 여행사진의 무시무시한 비밀 2 - 뺄셈

 

지난주 이 코너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메일을 주셔서 상담을 청하셨습니다.

모든 분께 일일이 답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여기 독자분들 가운데 제가 임의로 채택한 사진에 대해 몇가지 말씀을 드리고

오늘의 비밀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 김유경원본

 

김유경님께서 보내주신 사진입니다.

정선 민둥산 억새밭이지요.

위가 원본이고 아래가 보정본입니다. 어떻습니까?

제 의도는 억새밭의 웅장함을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가로-세로 비율을 바꾸니까, 사진 사이즈는 줄었지만 오히려 그 내용은 더 웅장하진 것 같지 않나요?

 

▲ 김유경 보정

 

 

 

▲ 김은정 원본

 

▲ 김은정 보정

 

김은정님 사진입니다. 풍력발전기와 구름이 만든 기하학적인 풍경입니다.

맨 왼쪽에 있던 풍력발전기를 잘라냈습니다. 왜냐고요?

이 사진의 주제는 바로 구름입니다.

구름이 만든 무늬를 보여주기 위해 부제로 풍력발전기를 집어넣은 것이지요.

그런데 왼쪽 발전기가 구름을 방해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나를 없애버리니까 구름의 웅장함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은정님, 사진을 찍을 때 날짜는 집어넣지 마세요.

 

 

 

▲ 장백지 원본

 

▲ 장백지 보정

 

장백지님이 주신 사진입니다.

너무 특이한 사진이어서 굳이 보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원칙에 충실해보자는 생각에서 크로핑을 했습니다.

맞지 않는 초점, 비뚤어진 구도, 기이한 색깔 등등.

그런데 그 모든 변칙적인 요소들이 합쳐져서 굉장히 아름다운 사진을 만들었습니다.

원본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자전거가 정확하게 한가운데에 놓여 있어서 오히려 다른 변칙적인 요소들과 어울리지가 않습니다.

좋은 사진 감사드립니다.

 

 

 

▲ 한경희 은행길

 

▲ 부석사 은행길

 

한경희님의 사진입니다. 지난주 이 코너에서 제가 소개했던 사진과 함께 보겠습니다.

두 사진의 차이가 뭘까요. ‘앵글’, 즉 카메라를 든 위치입니다.

제가 찍은 사진은 땅바닥에 착 엎드려서 찍은 사진이고, 경희님 사진은 눈높이에서 찍었네요.

땅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찍으면 은행잎들이 화면 위를 가득 채우게 됩니다.

눈높이에서 찍으면 다른 소재들도 함께 찍히는 거지요.

화면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게 되지요.

 

 

자, 그렇다면 오늘 알려드릴 ‘무시무시한 비밀’!

 

바로 ‘뺄셈’입니다.

 

회화, 즉 그림 그리기와 사진 찍기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도화지에 선과 색으로 뭔가를 더하기를 하는 게 그림이라면,

사진은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것들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빼나가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단순’ ‘담백’한 사진이 나올 때까지 그 뺄셈을 하게 되는 거지요.

그 뺄셈을 위해서 엎드려도 보고, 사다리를 타기도 하고, 앉아도 보게 됩니다.

 이게 바로 ‘앵글’입니다.

위의 은행나무길이 좋은 예입니다.

은행잎 뒤쪽에 산만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

 - 다른 나무, 사람, 배경 등등 - 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눈의 위치를 옮겨가며 찾아내는 겁니다.

이게 앵글로 뺄셈을 하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 뺄셈은 ‘조리개’입니다.

 아무리 위치를 바꿔봐도 제대로 뺄셈이 되지 않을 때, 조리개를 이용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실까요?

 

▲ 낙엽

 

아무리 카메라를 돌려봐도 뒤의 나뭇가지들을 없앨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리개’를 이용했습니다. (너무 초보적인 걸 알려드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자, 카메라를 보세요. 영문 ‘f’가 붙어 있는 숫자들이 보이시나요? 이게 조리개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눈을 얼마만큼 크게 뜨느냐를 알려주는 숫자입니다.

이 f 뒤의 숫자가 작으면 작을수록 배경이 뭉개집니다.

숫자가 클수록 배경도 또렷하게 초점이 맞게 됩니다.

아무리 피해도 피할 수 없는 불필요한 배경(혹은 전경)이 있다면 이 f 숫자를 작게 만들어보세요.

똑딱이 카메라에도 간단한 수동 조작 기능이 있답니다.

카메라를 살 때 받은 설명서를 꼼꼼하게 읽어보세요. 단, 휴대전화 카메라는 이런 기능이 없습니다.

 

 

::: 오늘의 정리

1.사진은 뺄셈이다. 불필요한 요소들을 화면에서 제거할 것.
2.뺄셈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앵글! 엎드려도 보고 누워도 보고, 사다리도 타보고 미친듯이!
3.이도 저도 안될 때, 조리개를 이용하자. f 숫자가 작을수록 배경이 뭉개진다.

 

엊그제 경기도 연천에 있는 고대산에 다녀왔습니다.

거기에서도 뺄셈을 연구하며 산을 쏘다녔습니다.

여기를 [클릭]하시면 고대산 기사와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출처 : 조선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