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진팁

여행사진의 무시무시한 비밀 3 - 뺄셈 심화학습

눈부신 봄날 2009. 1. 14. 16:54

[펌] 여행사진의 무시무시한 비밀 3 -뺄셈 심화학습

 

사진은 뺄셈이라고 말씀 드렸지요.

오늘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뺄 것인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선덕여왕릉

 

자, 첫 번째 사진. 경주에 있는 선덕여왕릉입니다.

소나무 숲이 왕릉을 향해 절을 하듯이 기울어 있는 신비한 숲입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멀리 왕릉이 있고, 그 아래에 두 사람이 걸어갑니다.

주인공은 왕릉이지만, 그 왕릉의 위엄 있는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소나무 숲을 전면에 배치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무슨 ‘뺄셈’이?

 

 

붉은 동그라미 속을 자세히 보세요. 왕릉 안내판이 소나무 뒤로 살짝 숨어 있답니다.

이 사진 속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금속 안내판입니다.

 저는 삼각대를 이리저리 움직여 이 금속판을 가릴 수 있는 위치를 찾아다녔습니다.

어느 정도 금속판이 가려진 곳을 찾아낸 뒤, 그 다음 할 일은 무작정 기다리기.

미리 와서 보니까, 관광객들이 왕릉까지 가서 안내판을 읽은 뒤 왕릉을 한 바퀴 돌더군요.

그래서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렸다가 그 사람들이 소나무 사이에 나타나는 순간 셔터를 눌렀습니다. 완성.

 참고로 고궁이나 역사유적지에 놀러가시면, 안내판이 보이지 않는 위치를 찾아보세요.

이상하게도 그 자리가 바로 사진 찍기 명당입니다. 열이면 열 예외가 없습니다.

 

 

 

▲ 봄처녀에요, 봄처녀!

 

두 번째, 저와 함께 일하는 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작품입니다.

연전에 유채꽃 활짝 핀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파격적이지 않나요? 2005년 3월 주말매거진 프론트를 장식했지요.

크게 세가지 요소가 사진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하늘, 유채밭, 그리고 여자, 정확하게는 여자 하반신이지요.

주제는 ‘봄’입니다. 그 주제를 표현하는 데 더도 덜도 필요없는 완벽한 구도입니다.

삼분할의 원칙에 충실했고, 나른나른한 꽃무늬 치마와 샛노란 유채꽃은 이 땅에 도래한 봄 기운을 전하는 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물론 가족 사진으로는 무리가 있습니다. 얼굴이 없으니까.

 하지만 봄날 여행사진으로는 백점입니다.

여기에서 ‘뺄셈’으로 생략한 요소는 여자의 상반신이었습니다.

 

 

 

 

▲ 며칠 전 강원도 영월에서 만난 가을의 흔적입니다.

 

세 번째, 이번에는 조리개 이야깁니다.

위 사진 어떻습니까?

한마디로, 뭘 찍었는지 모를 사진입니다. 주인공이 없다는 이야기지요.

가지에 달린 씨앗들인지, 아니면 가지들인지 두서가 없고 개념은 안드로메다로 보낸 사진입니다.

그러면 아래 사진을 보실까요?

 

 

똑같은 장면을 찍었습니다. 어떻습니까. 두서가 돌아왔고, 떠나갔던 개념도 돌아왔습니다.

주인공이 명확합니다. 배경을 완전히 빼버린 거지요.

어떻게 뻬냐고요? 지난번 마지막 사진 기억하십니까.

나뭇잎을 찍기 위해 조리개를 열어버린 거.

 위 두 사진은 각각 조리개가 f13과 f3.2였습니다.

 f 다음에 나오는 숫자가 클수록 카메라 렌즈의 구멍이 작아집니다.

이를 ‘조리개를 조인다’라고 합니다.

 숫자가 작을수록 빛을 받아들이는 렌즈의 구멍이 커집니다. 이를 ‘조리개를 연다’라고 합니다.

조리개를 조일수록 초점이 맞는 영역이 커집니다. 앞과 뒤가 다 또렷하게 찍힌다는 이야깁니다.

반대로, 조리개를 열수록 초점이 맞는 영역이 줄어듭니다. 초점을 맞춘 바로 그 곳만이 또렷하게 찍힌다는 말입니다.

카메라는 의도적으로 그 조리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조리개를 조이면 빛의 양이 줄어드니까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하고,

조리개를 열면 빛의 양이 늘어나니까 반대로 셔터스피드를 빠르게 합니다.

작은 똑딱이 카메라도 이런 기능이 있습니다. 설명서를 잘 읽어보시고 실험해보십시오.

위 첫 번째 사진은 f13에 셔터스피드가 1/13초였고, 두 번째 사진은 f3.2에 셔터스피드는 1/200초였습니다.

도저히 앵글을 바꿔서는 뺄셈이 불가능할 때, 조리개를 이용하세요.

 

 

자, 오늘의 핵심 정리

1.불필요한 요소들은 필요한 요소들 뒤로 가리자.
2.가끔 뺄셈은 과감하게.
3.조리개를 활용하자.

 

 

☆ 출처 : 조선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