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노인들을 다룬 영화인가?' 얼핏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물론 노인이 안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예상과는 완전 다른 영화였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어~ 이 영화에는 음악이 없네'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 흐름을 따라가느라 배경음악이 없다는 것도 인식할 수 없었고,
영화를 보는 내내 심장이 오그라드는 긴장감으로 2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몰랐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살인범 '하비 쉬거'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이상스런 머리 모양 때문에 웃음이 픽 나왔고
그런 이상스런 머리를 한 남자가 산소통을 들고 무표정한 얼굴로 살인을 하는 모습에선
소름이 전신을 쫙 훑고 지나갔다.
시종일관 무표정하고 웃지 않으면서 살인을 저지르는 '안톤 쉬거'는
일견 무식해보이지만 툭툭 던지는 말들은 잠깐 잠깐 생각하게 만든다.
"누구나 그렇게 말하지. 이럴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요?라고."
특히 동전을 가지고 막무가내로 선택을 강요하는 모습에선
'과연 인간의 목숨이란게 뭔가?
저렇게 동전 하나로 선택할 정도로 하찮은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픽 웃음이 나왔던 '안톤 시거'의 모습이
나중에는 얼굴을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모습으로 변하다니....
참으로 대단한 연기력이다.
그래서 상을 받았겠지...
영화는 처음 장면에 나오는 먼지 풀풀 날리는 텍사스 사막처럼 황량하고 쓸쓸하고....
마치 오래 전에 본 '파리, 텍사스'를 연상케 하는 음울한 느낌으로 느리게 시작해서
점점 긴장감을 고조시켜 가다가
'어~ 이게 끝이야?'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게 하며 갑자기 끝나 버린다.
토미 리 존스가 연기한 '에드 보안관'이 제목에 나오는 노인을 지칭하는 것 같은데
이 '에드 보안관'은 이미 나이가 들어 사건에 깊이 개입하는 것을 꺼리다가
한 박자 늦게 사건 현장마다 나타나는데...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온갖 총기 사고와 폭력 사건이 난무하는 미국 사회의 무기력함을
냉소적으로 비난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피가 튀는 스릴러물을 긴장감있게 끌어나가면서도
영화 곳곳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유머스러운 모습이나 말들이 코엔 형제답다.
원래 스릴러물은, 더군다나 선혈이 낭자한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는 나 같은 사람도 정말 몰입해서 볼 수 밖에 없는 정말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작품상까지 받았나?....
☆ 2008.2.26 ☆
'소소한 기쁨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도연과 하정우의 "멋진 하루" (0) | 2008.10.02 |
---|---|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 "버킷리스트" (0) | 2008.04.19 |
크리스마스에 보면 좋을 환타지 영화 "황금나침반" (0) | 2007.12.24 |
한편의 동화같은 영화 "어거스트 러쉬" (0) | 2007.12.24 |
청룡영화상 시상식을 보고나서.... (0) | 2007.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