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봉산 곰배령 가는 길...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점봉산 곰배령 야생화 트레킹...
드디어 그날이 오다니...
혼자 감격하고 괜스레 설레는 맘으로 곰배령을 향해 출발....
점봉상 곰배령은
원래 입산금지구역이라 국유림관리사무소의 입산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어찌어찌하여 입산허가를 받고 관리사무소를 지났는데...
관리사무소에서 한참을 차로 달려가는데 계속 펜션이나 민박집들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입산허가를 어렵게 받아낸 것을 생각하니
바보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슬그머니 화가 치밀었다.
다음에 혹 또 오게 되면 관리사무소를 지난 곳에 숙박을 정해야지...
굳은 결심을 하며...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최대한 들어가서 아무 곳이나 주차를 했다.
사실 여기서 깨달았어야 했다.
원래 관리사무소를 지나면 왼쪽으로 주차장이 있다고 했는데
주차장 같은 곳은 없었으니 말이다.
일단은 좋았다.
시원하게 들리는 계곡 물소리를 음악삼아
여유있게 곳곳에 눈에 띄는 야생화들을 찍어가며 천천히 산책길같은 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산 초입에는 벌깨덩굴과 산괴불주머니가 군락을 이루며 온 산을 화사하게 꾸미고 있었고...
밟고 지나가는 길은 한 사람 정도 지나갈 정도로 좁았으나
낙엽이 두텁게 쌓여 있어서 폭신폭신했다.
가끔씩 연한 빛깔의 철쭉꽃도 우리를 맞아 주었고
대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우거진 곳을 지날 때는 댓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리기도 했다.
가다가 보니 분재를 해 놓은 것처럼 특이하고 자그마한 단풍나무 하나가 눈에 띄었다.
계곡은 계속 우리 가는 길의 왼쪽과 오른쪽으로 번갈아 나타났다.
그리고... 조금씩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곰배령까지 왕복 4시간이 걸린다고 했으니
사실 2시간 반이 지난 지금 아무리 천천히 움직였다해도 하늘이 보이던지
곰배령 평원이 가까워진 징후가 보여야 할텐데 전혀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아이도 갈 수 있는 평탄한 길이라고 했는데
길은 험한데다 낭떠러지 같은 곳도 많아 어린아이는 커녕
어른들도 아차 발을 잘못 디디면 저 아래로 굴러 떨어질 판이었다.
원래 곰배령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이미 1시가 지나고 있었으니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민박한 집 근처에 마땅히 뭔가를 살 곳이 없었기에
계곡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만들어 가지고 간 샌드위치를 먹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힘을 내어 출발했다.
가는 길에 보니 곳곳에 파헤쳐진 곳이 있어 이것이 무엇인가 하고 보니
사람이 파헤친것 같지는 않고
아마도 들짐승의 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박집에서 듣기를 멧돼지가 인가에까지 내려와 농작물을 해친다고 하더니 아마도 멧돼지의 소행?
발자국같은 것도 눈에 띄었는데 정말 무지막지하게 컸다.
이때까지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우리 일행 3명 중 맨꼴찌로 뒤에서 사진 찍으며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앞장 서 가던 분이 큰 소리를 지르시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뭐예요?"하고 물으니
좀 전에 산 만한 곰인지 멧돼지인지 3마리가 앞에 나타났었다고 하는게 아닌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갑자기 머리 속이 하얘지며 별의별 생각이 다 스치고 지나갔다.
'이러다 나중에 뉴스에 나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잖아도 아침부터 숙소 앞에서 까마귀 소릴 들은데다
우리가 산에 오르는 내내 까마귀 한 마리가 계속 따라다니며 까악까악 울어대는 통에 기분이 꿀꿀했는데...ㅠㅠ
그 다음부턴 꽃이고 사진이고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바삐 걸음만 재촉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조금 있다 길 섶에서 메추라기 같은 새가 후다닥 큰 소리로 날아오르며 달려들려고 하는 통에
그러잖아도 놀란 가슴이 순간 멎는 듯한....ㅠㅠ
그 새가 품고 있던 조그마한 새끼 3마리는 산지사방으로 흩어져가고...
괜스레 그 새한테 미안한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 새가 우리가 가려고 하는 길을 따라 앞에서 계속 푸드덕거리며 100여미터를 가는데
또 두려운 생각이 들어서 심장이 오그라들대로 오그라들었다.
놀란 가슴 쓸어내리고 계속 전진, 또 전진...
그렇게 4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곰배령 정상은 커녕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길로 다들 지쳐가고 있었다.
이건 뭔가 잘못되었나 보다 생각하고 되돌아가기엔 지금까지 올라온 길이 너무 험해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차 이정표가 하나 나타났는데
아니...
곰배령이라는 곳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우리가 올라온 곳은 너른골이라지 않는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도무지 알 수 없어서
일단 이정표에 나온 점봉산 정상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미 발은 천근만근 한걸음 옮기기가 태산을 떠메고 걷는 것처럼 힘이 들어서..ㅠㅠ
결국 일행 중 한분이 먼저 정상까지 올라가서 연락을 주기로 하였다.
잠시 쉬며 주변에 있는 꽃들도 들여다보며 있는데
점봉산 정상에 먼저 올라간 분한테서 연락이 왔다.
정상에서 곰배령까지 3.3Km라는 표지판이 있다고...
그러니 일단 정상까지 올라와야 한다고...ㅠㅠ
쉬었다 가려니 발걸음은 더욱 떼기가 힘들고...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고...
이러다 여기서 밤이 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한마디로 총체적인 난국 상황...
어쨌든 겨우겨우 기다시피해서 점봉산 정상에 도착했다.
계획에도 없던 점봉산 등산을 한 것이다...
어찌 되었든 높은 곳에 오르니 기분은 상쾌했다...
점봉산 정상에서 잠시 쉬면서 기념촬영도 하고 서둘러 곰배령을 향해 출발~~
이미 4시가 가까와지고 있어 마음이 초조해져서
야생화 사진도 찍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특히 일행 중 한 사람의 강력한 사진 촬영 금지 주문으로
몰래 몰래 눈치를 봐가면서 몇 장 찍으며 내려왔다
드디어 사진에서 봤던 곰배령의 넓은 평원이 나타났다.
사실 기대했던 것 만큼 야생화가 별로 없어서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곰배령 평원에서 내려가는 길인데 돌길을 만들어 놓았다...
중간에 내려오다 있는 이정표...
사실 이런 이정표가 있는 이 길로 올라갔어야 하는 건데...
우리는 전혀 엉뚱한 길로 올라갔으니...
이정표를 따라 내려온 강선리에서 다시 30분을 더 지나야 삼거리가 나온다는데...
도대체 어느 삼거리를 지칭하는 것인지,
또 차를 주차해 놓은 곳과는 얼마나 떨어진 곳인지,
이러저런 걱정을 하며 계속 걷고 또 걸었다.
드디어 도착한 삼거리...
바로 관리사무소에서 쬐끔 올라온 곳이 아닌가?
결국 우리는 왼쪽길로 올라가야 하는데 오른쪽 단목령쪽으로 길을 잡아 올라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도착한 곳은 단목령도 아니니 또 어디서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인지....
아직까지도 의문이다???
어쨌든 길을 잘못 들어서 너른골로 간 덕분(?)에 곰배령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많은 꽃들을 보았고,
야생 멧돼지와 야생 메추라기(?)도 만났고,
계획에 없던 점봉산 등반까지 했으니 그렇게 손해보는 일을 한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시간 계산을 해 보니 7시간 30분이 걸렸다...
거의 2배 가까운 시간!!
길이길이 추억에 남을 인상적인 등반이었다...
다음에는 제대로 된 곰배령길로 오르리라 생각하며 다음 행선지로 출발...
☆ 2008.5.23. 점봉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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