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기쁨/영화

미카엘 하네케의 "하얀 리본"

눈부신 봄날 2010. 7. 17. 17:57

"하얀 리본"

 

 

 

감독 : 미카엘 하네케 (2009 /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출연 : 마리사 그로왈트, 야니아 파우츠, 미카엘 크란

 

< 줄거리 >

1913년, 독일의 한 시골마을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기이한 사건들의 근원을 쫓는 영화로

고요하고 평화로운 보이는 작은 마을에서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의 추악한 본성과

그것이 어떠한 제재도 없이 되물림 되는 것의 공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누군가의 의도적 장치로 동네 의사가 부상을 입는 사건을 시작으로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의문의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누가 자행한 짓인지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은

점차 강도 높게,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마을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린다.

- 출처 : 다음 영화정보 -

 

영화를 보고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은 

'참으로 불친절한 영화네...' 였다.

에이, 뭐야?

누가 범인인지 밝히지도 않고....ㅠㅠ

 

늙수그레한 노인네의 나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되었다.

요즘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를 보다가

이 영화를 보게 되면 정말 따분하고 하품나는 영화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흑백영화에다, 배경음악은 없지요...

마치 슬라이드를 돌리는 것 같은 느린 화면전환에다

흰바탕에 흰색 자막은 왜 그렇게 자주 나오는지....

게다가 왜 그렇게 사람들 생김새는 비슷비슷하던지..

나만 그랬나??

제62회(2009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라 사실 기대가 무지 컸는지도.. 

 

흑백영화라서 그런지 영상미는 정말 뛰어났다.

한 컷 한 컷 장면마다 유명한 화가 작품같은게 유럽 분위기를 물씬 담아냈다.

  

 

이 영화의 전체 분위기는 독일이라는 나라의 딱딱한 이미지 그대로인데,

주된 내용은 성직자, 귀족, 관리인 등등 자신의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를 이용한

약한 자들에 대한 폭력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교회 목사의 집을 예로 들자면

자신의 아이들이 저녁 식사 시간에 늦었다는 이유로

모든 식구들의 저녁식사를 치우라 명하는 장면...

 

 

그리고 그 벌(?)로 자신의 딸에게 "하얀 리본"을 머리에 묶어주며

'순수'를 잊지않고 지키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근신을 명하는 장면...

사춘기 아들이 자위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팔에 하얀 리본을 매게 하고,

잠자는 시간에는 침대에 양팔을 묶고 자게 하는 등등...

 

 

그러면서 아이들도 어른들의 그런 모습을 점점 닮아간다.

자신보다 강한 존재에게 직접 대항하기보다는 또다른 약자를 찾아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성직자의 딸은 아버지의 새를 잔인하게 살해하여 책상 위에 놓아두고,

다른 아이들과 같이 어른들 안 보는 곳에서 장애아를 괴롭히고, 왕따를 시키기도 하며

어른들의 폭력을 재생산해내고 있었다.

가장 순수해야할 어린아이들이 "순수"를 상징하는 하얀 리본을 묶고 어른들의 폭력을 그대로 재현을 하다니...

이후 독일의 나치즘이 이런 분위기에서 자라난 세대들에 의해 제대로 구현되고 실현되었던 게 아닐런지...

 

물론 이런 폭력적인 분위기 속에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끔찍한 사건들을 풀어보고자 노력한 사람은 있었다.

영화에서 나레이터로 나오는 학교 교사!!

그러나 혼자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너무 무기력했다.

혼자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애는 쓰나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뭔가 속시원히 알려주는 사람들은 없었다.

결국 혼자 고군분투하다 그냥 사건들은 조용히 묻히고 만다.

그리고 마을은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돌아가고,

교회에 모든 마을 사람들이 모여있는 마지막 장면을 끝으로 영화는 끝났다. 

 

 

비록 불친절한 영화이긴 했지만,

그리고 이런저런 핑계(?)로 성실하게 보지도 못했고,

군데군데 자막을 제대로 읽을 수 없어서 내용 파악에 조금 어려움도 있긴 했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영화인 것만은 인정해야겠다.

괜히 황금종려상을 주었겠는가?....

 

 

☆ 2010.7.14(수) 씨네큐브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