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기쁨/영화

이창동 감독의 "시"

눈부신 봄날 2010. 7. 15. 22:19

이창동 감독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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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그녀의 작은 외침
‘시’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와 함께 살아가는 미자(윤정희).

그녀는 꽃 장식 모자부터 화사한 의상까지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엉뚱한 캐릭터다.

미자는 어느 날 동네 문화원에서 우연히 '시' 강좌를 수강하게 되며 난생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된다.
시상을 찾기 위해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주시하며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는 미자.

지금까지 봐왔던 모든 것들이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아 소녀처럼 설렌다.

그러나, 그녀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면서 세상이 자신의 생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 출처 : 다음 영화정보 -

 

이제서야 보았다... 시...

올해(63회) 칸느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는데

국내에서는 혹평을 받은데다가 전혀 인정을 못 받았다기에

대체 왜 그런일이 벌어졌을까 궁금도 하야...ㅎㅎ

 

양미자 역으로 나오는 윤정희...

글쎄... 본인은 내심 여우주연상까지 기대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정도의 연기는 아니지 싶다.

 

 극중에 김용탁 시인으로 나오는 김용택 시인...

그냥 본명을 그대로 썼어도 되는데 왜 굳이 김용탁으로 했을까?

그거야 감독 맘이겠지...ㅋㅋ

 

김용택 시인이 진행하는 시강좌에서

'내 인생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한사람씩 앞에 나와서 얘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나의 인생의 아름다웠던 순간은 무엇이었을까?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시강좌를 들으면서 양미자는

눈에 보이는 사물들에서 시상을 떠올리기 위해 생각날 때마다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메모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묻는다.

어떻게 하면 시를 쓸 수 있을까요??

시강좌 선생님, 우연히 들어간 시낭송회에서 만난 사람들, 진짜 시인들에게...

묻고 또 묻는다...

 

그러나 양미자가 꿈꾸는 시의 세계와 달리

양미자의 현실은 참으로 음울하다.

 

간병인 도우미를 해가며, 이혼한 딸이 맡긴 중3짜리 외손자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 외손자는 같은 반 친구들과 사고를 치고...

그 사고친 대상자였던 소녀는 죽었는데...

외손자는 자신이 친 사고에 대한 죄의식조차도 없이

여전히 TV를 보며 낄낄거리고, 오락실에서 오락을 하고...ㅠㅠ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

 

 

양미자 본인은 자꾸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답답해하고..

병원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의 초기증세라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동사가 기억 안 날거고, 계속 기억이 없어져 갈 거란다...

 

외손자의 사고 수습을 위해서도, 그리고 자신의 현재 건강 상태를 생각해서라도

딸에게 알려야 하는데 친구 같다는 딸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혼자 다 짊어지려 한다.

이게 다 엄마의 마음인가?

 

그토록 시를, 그것도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어했는데

안타까운 현실은 그런 시를 쓸 수 있도록 놔두지 않았다...

 

대신 아무도 진심으로 애도하지 않는 소녀를 혼자 애도하면서 시를 써낸다...

그것도 일사천리로... 처음이자 마지막 시를 말이다...

 

 

아네스의 노래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랫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 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랫소리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다시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 맡에서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강물 소리로 시작한 영화는

다리 위에서 뒤돌아보는 클로즈업된 소녀의 얼굴로 끝났다...

 

 

 

☆ 2010.7.12(월)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