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야라...
환타지 느낌을 풍기는 소설에도 관심이 있어서 읽게 된 책이다.
'반야'는 주인공 이름으로 타고난 무녀이다.
시대는 조선시대 영조 때를 배경으로, '사신계' 라는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평등사상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이다.
철저한 신분사회였던 조선시대에 천민이었던 무녀로서 양반네들의 횡포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자존심을 지켜내며 살아간 여인, '반야'...
자신의 생모가 반야심경에서 이름을 따서 첫 딸은 '반야', 나중에 얻게 되는 아들은'심경'이라 하였다. 반야의 어머니는 요즘식으로 하면 고아원 원장 쯤 된다고 할 수 있겠다. 길거리에 버려진, 병든 아이들을 거두어 자신의 친자식처럼 키워낸 장한 사람이다. 이 어머니를 보면서 옛날에 보았던 '안토니아스 라인'이라는 영화가 생각이 나기도 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조선시대라는 사회가 얼마나 불합리하고, 신분이 낮고 어려운, 특히 여자들이 살기 힘든 사회였는지 여러 사건을 통해 절절히 느끼게 해주었다.
전생과 앞날을 미리 짚어내는 예지력을 가진, 그리고 미모까지 갖춘 반야라는 무녀 앞에서 많은 남정네들이 두려워하면서도 또한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자신의 여인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울분이 치밀었다.
그러나 소설 속 사신계 사람들은 '모든 인간은 동등하고 자유로우며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가꿀 권리가 있다'라는 강령을 가지고, 이를 실천해 나가는 혁신적인, 멋진 사람들이었다. 물론 남녀차별도 없고...
요즘 현대사회에서도 사실 실현하기가 만만치 않은 문제가 아닌가 싶다.
요즘에도 이런 무녀가 있다면, 그리고 이런 드러나지 않은 조직이 있어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면...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인간답게 살 만한 곳으로 변해있지 않았을까?
하여간 여러 갈래의 주제를 담고 있는 -물론 재미도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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