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기쁨/영화

가족이야기 "걸어도 걸어도"

눈부신 봄날 2009. 6. 24. 16:43

 

<줄거리>

그 해 여름, 우리는 조금씩 어긋나 있었습니다…
햇볕이 따갑던 어느 여름날,

 바다에 놀러 간 준페이는 물에 빠진 어린 소년 요시오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 든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각자 가정을 꾸린 준페이의 동생들 료타와 지나미는

매년 여름 가족들과 함께 고향집으로 향한다.

다시 올 수 없는 단 한 사람, 준페이를 기리기 위해…

그리고 그 자리에 초대받는 또 한 사람, 요시오 역시 매년 준페이의 집을 방문한다.

그 해 여름 역시 준페이의 기일을 맞아 모인 가족들로 왁자지껄한 하루가 흘러갈 무렵…
요시오, 그만 와도 되지 않아요?
차남 료타는 어머니에게 이제 그만 요시오를 놓아줘도 되지 않냐는 말을 넌지시 건네고,

엄마는 그런 료타의 질문에 지난 10여 년간 숨겨왔던 진심을 쏟아내는데…     <출처:다음영화>

 

"걸어도 걸어도"는 가족얘기이다.

큰아들 기일에,

멀리 떠나있던 가족들이 모두 모여들던 어느 날 일어났던 이야기이다. 

먼저 딸가족이 도착하여 엄마와 음식을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그런데...영화가 시작되고 오랜 시간동안 영화 무대가 부모님 집을 벗어나지 못하니

답답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배경이 주로 허연데다(?) 자막글씨까지 흰색이다보니 자막은 잘 안 보이고,

대사는 많고....

슬슬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실은 영화 앞부분에서 놓친 장면이 많다...ㅠㅠ

 

일본이나 우리네나 시골에 계신 부모님들의 생활하는 모습은 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나이 들어 투닥투닥 싸우는 모습도 왠지 낮설지 않고...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기대하는 모습도 그렇고...

거기서 발생하는 부모 자식간의 갈등도 그렇고...

 

작은 아들 가족과 함께 큰아들 묘소를 찾아간 장면에서

엄마가 날씨가 덥다고 시원한 물을 묘비 위에다 끼얹는 장면이 나오는데

살짝 웃음이 났다...

그리고 묘지에 갔다온 날 밤에

집에 날아든 노랑나비를 큰아들이라고 믿고 바라보려는 엄마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더니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자식을 잊지 못하는 모습이...

 

 

 

작은 아들 가족과 묘지에 갔다온 날 저녁시간....

엄마가 간직해왔던 속마음이 밝혀진다...

그 중에 하나가 이 영화 제목이 된 노래 가사 "걸어도 걸어도"가 나오는

토시코 요코하마의 '블루라이트 요코하마'에 얽힌

남편에 대한 엄마의 가슴 아픈 애증이 섞인 사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7,80년대에 유행했던 노래인데

영화속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또 하나는 큰아들 준페이가 구해낸 요시오에 대한 엄마의 생각인데

온화하다고만 느꼈던 엄마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순간 소름이 좌악까지는 아니어도

섬짓한 생각이 잠깐 들었다...

자기 자식 앞에서는 한없이 이기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요시오도 자신의 부모한테는 소중한 자식일텐데...하는 생각에

조금은 아량을 베풀어 심적인 부담감으로부터 해방을 시켜줘도 좋을 것 같은데....

 

 

사람은 누구나 가족에 대해 모순적인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인 것 같다.

있을 때는 귀찮다는 생각에 소홀히 대하다가도

나중에 떠나고 나면 그것을 아쉬워하며 후회하는...

특히 부모에 대해서 더 그런 것 같다...

 

작은 아들 료타의 가족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날. 
료타는 아내에게 이야기한다. 이번에 왔으니 올해 명절 때는 안와도 되겠지…라고.
그러나...

자식들을 보내고 고향집에 다시 홀로 남겨진 부모들은 이야기한다. 이제 명절에나 보게 되겠지…라고.
이게 부모와 자식들이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는 생각의 차이인가 싶어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영화 후반부에는 시원한 바다도 나오고 마을 전경도 나와서

초반부에 답답했던 마음이 많이 사그러들었다...

 

 

자극적인 장면도 없고 잔잔한 영화라서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헐리우드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재미없는 영화일 것이다.

그러나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음미해 볼 수 있는

그래서 보는 내내 조금은 지루했지만 가끔씩 생각나는 영화가 될 것 같다...

 

 

☆ 2009.6.22 씨네코드 선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