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기쁨/책

몸을 뒤틀어가며 읽었던 조경란의 "복어"

눈부신 봄날 2010. 10. 29. 14:44

몸을 뒤틀어가며 읽었던

조경란의 "복어"

 

 

 

전에 "혀"를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가 정말 힘들었다...ㅠㅠ

소설을 이렇게 힘들게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왜 이렇게 힘이 들었을까?

책표지를 보았을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소설 "복어"...

작가는 "죽으려고 하는 여자와 그 여자를 살리고 싶어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혹은 사랑을 찾았다고 믿는 남자와 그 사랑을 한사코 밀어내려고 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라고 했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는 집안에 자살자가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자에게는 할머니가, 남자에게는 형이 각각 자살했다.

작가의 할머니가 복어국을 마시고 자살했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 자전적인 내용이 많이 내포된 것일까?

 

이 소설은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끌고 나간다.

홀수 번호는 여자의 이야기고 짝수 번호는 남자의 이야기다.

여자는 조각가이고, 남자는 건축가이다.

여자는 왜 그렇게 죽으려고 한 걸까?

할머니를 비롯한 여러 가족이 자살했다고

자신도 자살해야 한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혹시 너무나 살고 싶은 마음을 역으로 표현한 것은 아닌가?

 

소설 속에 일본 우에노 공원에서 펼쳐지는 '노란 풍선 퍼포먼스' 얘기가 나온다.

커다랗게 불은 풍선 속에 들어갔던 남자가, 죽었나 싶을때 머리부터 빠져나온다는 얘기...

이 노란 풍선 퍼포먼스가 지은이의 삶의 궤적을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여자는 자신의 할머니처럼 복어의 독을 이용해 죽음 속으로 들어가려고

복어가게에 가서 복어를 관찰하고 또 관찰하며 죽음을 준비해 나간다.

그러나...

그 여자를 계속 지켜 본 남자때문에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실패했다고 여자가 실망하는 것 같지도 않은게 처음에는 의아했으나

그 여자는 결국 살고 싶었던 거다.

살고 싶은 욕구를 또 다른 삶의 형태인 죽음으로 더욱 대비시켰던 게 아닐까??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귀는

"사랑이란건 두 사람이 서로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것과 같은 거"라고 한 것이었다.

소설의 영원한 주제인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

힘들게 읽은 책이었기에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 2010.10.28(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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